사는 이야기

Grab과 Gojek, 인도네시아 위치기반 서비스 양대산맥

O.K 2022. 5. 31. 22:17

인도네시아 위치기반 서비스를 양분하고 있는 Grab과 Gojek에 대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 있으니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읽어주세요. :)

 

인도네시아의 위치기반 서비스는 한때 Uber(우버; 미국), Grab(그랩; 말레이시아-싱가포르), Gojek(고젝; 인도네시아 토종) 3파전이었지만 지난 2018년 Grab이 Uber를 인수하면서 현재 Grab과 Gojek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에는 동남아 시장에서 Uber가 Grab에게 지고 인수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프트뱅크가 Uber의 최대주주가 됨과 거의 동시에 Uber는 동남아 사업을 Grab에 매각하는 대신 Grab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Grab에 또다시 투자를 했죠. Grab의 CEO는 그대로이지만 소프트뱅크가 Grab의 핵심 주주인 것입니다.

 

즉 Uber를 Grab에 내준 건 동남아에서의 손정의의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Grab은 야마하,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에 현대자동차까지 줄줄이 투자를 받고 나스닥에 상장까지 하게 됩니다.

 

소문에 의하면 손정의는 Grab과 Gojek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Gojek과 Tokopedia가 합병하면서 손정의의 합병 추진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손정의는 결국 합병을 성공시킨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자, 아래 투자 지분 관계를 보시죠.

 

Gojek - 텐센트, 구글 등
Tokopedia - 소브트뱅크, 알리바바 등
Grab - 소프트뱅크, 도요타, 현대차, 마이크로 소프트 등

 

눈치채셨나요? Gojek과 Tokopedia의 합병 후에도 소브트뱅크(15.3%), 알리바바(12.6%)는 여전히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합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최대주주죠. 텐센트와 구글이 지분이 있다고 해도 두 자릿수는 아닙니다. 다시 보면 결국 소프트뱅크가 Grab과 Gojek을 둘 다 소유하고 1위 전자상거래 플랫폼까지 가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Gojek x Tokopedia - 소프트뱅크(알리바바) 등.
Grab - 소프트뱅크 외 자동차 회사 등.

 

Gojek x Tokopedia으로 Shopee를 견제하고 (왜냐하면 Shopee는 전자지갑에 자체 배송까지 다 해버리는 무서운 경쟁자니까요. 한국의 쿠팡 같죠.) Grab으로는 위치기반 차량 공유 및 배달 서비스를 Gojek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Gojek과 Tokopedia의 합병 후 Grab은 OVO(인도네시아 1위 전자지갑)을 사들였습니다. 이제 인도네시아 핀테크 1,2위(OVO와 GoPay)도 모두 소프트뱅크가 가지게 됐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Gojek-GoPay-Tokopedia 연합과 Grab-OVO 연합이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결국에는 점점 가격을 올릴 겁니다. 왜냐하면 독과점의 상황이라면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쪽 생태계는 할인율에 따라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한쪽이 가격을 올리면 순식간에 유저들이 외면하고 다른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1,2위 하는 서비스가 알고 보니 큰 하나의 조직이었고 만약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살금살금 가격/수수료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고푸드는 20% + Rp1,000, 그랩푸드는 30%로 커미션 인상

작년까지만 해도 GoFood나 GrabFood를 이용할 때 서비스 수수료(Order Fee)는 없었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수수료가 붙기 시작했죠. 그리고 판매자/식당으로부터 뜯는 커미션도 점점 올려받아서 결국 음식 가격을 높여서 팔아야만 합니다. 요즘은 매장 가격과 앱 주문 가격이 많게는 3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외식 가격 상승은 나비효과가 되어 물가 전체를 자극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Tokopedia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물건을 팔 때 판매자 수수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판매량이 많으면 수수료를 내야 하죠. 구매자에게서도 택배사고보험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조금씩 뜯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Gojek과 Grab을 정말 자주 이용합니다. 너무 편하니까요. 게으른지라 음식도 자주 시켜먹고, 차를 가지고 다니기 힘든 상황이거나 택시를 타야 할 때 이용하면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작된 저 연합들(혹은 소프트뱅크)의 가격 올리기가 선을 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서 더 올리면 반칙, 아니 독과점 횡포죠. :x

 

힘내라 Shopee. 힘내라 Bukalapak.

느그들이 힘내야 소프트뱅크가 가격 못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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